Cute Blue Flying Butterfly

MilLawh's Nest

[누메네라] 누메네라 입문한 이야기

누메네라에 입문한지는 한 달 쯤 됐는데 후기는 이제야 쓴다.

 

■ 입문 계기

때는 어언... 하여간 언젠가. 기회가 생긴다면 전혀 관심이 없던 룰이라도 일단 입에 넣고 보는 습성이 있던 나는 누메네라 입문탁 모집글을 보고 gm님에게 컨텍을 했다. 이 탁은 디코로 하는 보이스 세션이었는데, 음성 채팅에 제법 까다로운 나는 친한 사이라도 음챗을 자주 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결정을 하기까지는 꽤나 탁에 대한 좋은 삘이 왔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플레이어가 나 혼자인건 쓸쓸하니까... 보이스 세션을 선호하는 다른 지인도 꼬셔서 데리고 왔다.

 

■ 캐릭터 메이킹

누메네라는 이런 룰이 있다는 것만 알았지 어떤 룰인지는 커녕 룰북의 표지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던 나는 사실 룰에 대해 큰 기대는 없었다. 쓰면 뱉고 달면 삼킨다는 말처럼 재밌으면 먹고 재미없으면 뱉겠거니.

하지만 맙소사! 나는, 그리고 꼬셔서 데리고 온 지인분도 캐릭터 메이킹을 한 번 경험하고 누메네라에 푹 빠져버렸다!!!

 

누메네라의 배경은 제9 세계라고 하는 무척이나 먼 미래의 지구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21세기를 포함해 커다란 8번의 문명이 생기고 사라지고 어쩌고... 검과 마법과 과학이 공존하는 미래 SF 정도가 되시겠다. 그리고 PC는 제9세계를 살아가는 모험자다. 이 모험자를 만드는 것은 진짜 무척이나 단순한데 모험자를 나타내는 한 문장을 만들면 끝이다.

 

[(PC의 이름)은 (수식어)인 (유형)이며 (특징)이다.] 이 문장의 괄호 사이사이를 메우는 것이다.

 

이를테면 [제임스는 말주변이 없는 글레이브이며 환상을 만든다.] 같은거다. 그러면 이제 수식어와 유형, 특징에 따라서 PC 만들어지는데, 다른 룰로 따지자면 힘, 민첩, 지능 뭐 이런거에 해당하는 능력치나 기능, 특수 능력 같은 것도 저것들에 따라 달라진다.

단 세 개만 결정하면 만들어지는 pc라니? 코어북을 사고 알았는데 이외에도 돌연변이라고 해서 겁스로 치면 장점과 단점에 해당하는 뭐 그런 것도 있더라.

 

아무튼간 캐릭터 메이킹에 어떤 복잡한 데이터나 능력 간의 유기적인 연계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수식어와 유형과 특징만 고르면 뚝딱뚝딱 캐릭터가 만들어진다는게 너무 재밌었다. 이렇게 간단하고 단순하면서 재밌을 수 있다니!!!! 나는 누메네라가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이때만해도 와~ 본 세션이 기대된다~ 정도였는데...

 

■ 첫 누메네라 세션! 첫 시나리오!

첫 세션은 캐메를 하고 일주일 쯤 뒤에 진행했다. 나와 지인은 gm님이 반드시 다음 시날도 가자고 생각할 정도로 끝내주게 누메네라를 즐겨주겠어!!!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시나리오는 [피라미드 아래에서]라는 공식 시나리오이고 사라진 대형 곤충(중요함)을 찾아주는 것이 개요였다. 나는 곤충보다는 피라미드 쪽이 관심이 있었는데 피라미드를 탐험하는 것은 연작 시나리오 쪽이라고 하더라.

 

아무튼간 시나리오가 시작되었고 나와 지인은 마기로기의 pc를 모험가로 이식해서 데려온 고로 이곳에서도 둘이 투닥투닥. 즐겁게 진행했다. 누메네라의 모든 행위판정은 오로지 1d20을 굴려서 진행했으며 달성치가 목표치 이상일 시 성공이었다. 목표치는 pc가 해야하는 일에 대한 난이도를 책정하고 해당 난이도에 따라 달라졌다. 그렇다. 누메네라는 행위판정도 말도 안되게 쉬웠다!!!!

내가 절벽의 샛길에서 떨어지지 않고 걸어갈 수 있는지, 커다란 바위를 들 수 있는지, 어떤 물건에 대한 값어치를 알 수 있는지, 타인의 속마음을 짐작할 수 있는지... 이 모든게 그냥 1d20 한 번 굴리면 되는거다! 입문자에게 규칙에 대한 복잡한 설명을 필요치 않는다는 것도 정말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내가 이 룰에 푹 빠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시나리오 내에서 [사이퍼]를 사용했을 때이다.

 

누메네라는 이 룰의 제목임과 동시에 제9 세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미지의 물건, 문명... 그런 것인데, 사이퍼는 누메네라의 일종이며 한 번 사용하면 사라진다. 게다가 소지 제한도 있어서 너무 많이 들고 다닐 수도 없다. 솔직히 처음 받았을 때는 에잉 짜다~ 하고 생각했지만, 시나리오를 진행하다보니 중간중간 사이퍼를 한 둘 씩 퍼주기 때문에 생각보다 부담없이 팍팍 사용하게 되는 것이 좋았다.

무엇보다 이 사이퍼를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를 생각하는게 정말정말 재밌었다! 내 경우에는 사용자의 모습을 홀로그램처럼 투영해주는 사이퍼를 두 개 받았는데, 이것을 에너미와 전투할 때 활용해 상대를 교란하는 식으로 사용했다.

 

나는 세션이 끝나자마자 코어북을 주문했다. 사지 않고는 베길 수 없을 정도로 재밌었으니까!

 

■ 쉽고 재밌다

누메네라는 캐릭터를 만드는 것도 행위판정을 하는 것도 모두 복잡하지 않다.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시도해봐도 좋은 것이다.

반대로 얘기하자면 trpg에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할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파악하기 어려워하는 pl에게는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누구든 한 번 해봤으면 한다. 이렇게 직관적이고 쉬운 룰은 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만큼 내가 세션 내에서 하고 싶은 것을 이야기했을 때 최대한 들어주시고 맞춰주시려고 노력한 gm님에게도 무척 감사하고 있다. 누메네라 많이 많이 영원히♥

 

슬픈 점이라면 이게 너무너무 유명하지 않다는거다.................. 국내도 그렇고... 해외쪽으로 눈길을 돌려봐도 유료든 무료든 배포되고 있는 시나리오가 잘 없다... 우째 이런일이................................................................. 공식을 열심히 입에 집어넣는 수밖에.

 

REPLY